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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월세도 버거워…" 알바 뛰는 小사장들

★★★★☆★☆★☆★☆ 2015. 9. 15. 09:13

http://news.naver.com/main/tool/print.nhn?oid=023&aid=0003047321


"가게 월세도 버거워…" 알바 뛰는 小사장들

불황 장기화로 코너 몰리자 車부품 나사 조이기·서빙… 부업으로 부족한 수입 메꿔

"은퇴자 뛰어들며 수익 악화… 이대로 두면 자영업자 몰락"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프랜차이즈 카레집을 운영하는 이모(25)씨는 지난달부터 부업으로 강서구에 있는 본점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지난 7월 친구 1명과 4500만원씩 투자해 가게를 열었지만 첫달 순이익은 30만원에 그쳤다. 이씨는 "이래선 가게 월세도 못 내겠다 싶어 동업자 친구와 함께 본점에 사정해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했다"고 했다. 이씨는 친구와 격일로 돌아가며 자신들의 점포 운영과 본점 아르바이트를 나눠 맡고 있다.

경기 불황으로 가게 매출이 악화하면서 부업으로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는 영세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 한 구인·구직 정보 업체 관계자는 "가게를 운영하면서 또 다른 아르바이트를 찾는 '사장 알바'가 올해 들어 우리 회사에만 약 300명 신청했다"며 "지난해부터 '사장 알바생'이 늘더니 올해엔 지난해보다 50% 정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경기 부진에 메르스 여파까지 겹치면서 영세 자영업자들이 '하루는 사장, 하루는 알바생' 사이를 오가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는 얘기다.

인천 연수구에서 복덕방을 하는 공인중개사 백모(53)씨는 고등학교 3학년 아들이 지난달 "수능 전 몇 달만이라도 수학 과외를 받고 싶다"며 어렵게 입을 떼자 아르바이트에 뛰어들었다. 부동산 거래가 침체돼 부동산 중개로는 월 100만원을 겨우 벌고 있다. 사무실 임차료 등 운영비를 제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상황에 몰리면서 백씨는 자동차 제조 하도급 업체의 아르바이트 일을 구했다. 업체에서 플라스틱 부품을 받아 와 나사를 조이는 일로 사무실 소파에 앉아 하루 평균 300개의 나사를 조이고 월 20만원을 번다.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는 민모(여·41)씨는 주말마다 인천 남동공단의 한 휴대전화 부품 제조 업체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다. 휴대전화 부품에 작은 스티커를 붙이고 1개당 250원씩을 받는다. 여덟 살, 여섯 살 아들을 둔 민씨는 지난해 4월 은행에서 1억원을 대출받아 30평대 아파트로 이사했다. 처음 몇 달은 매달 80만원이 넘는 대출금을 그럭저럭 갚았지만, 지난해 말부터 피아노 학원 수강생이 줄어 학원 운영비로 이것저것 제하고 나면 손에 남는 게 30만원대로 떨어지면서 더는 버티기 어려웠다.

통계도 불경기가 장기화하면서 영세 자영업자들이 코너에 내몰리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영세 자영업자 수는 406만6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16만2000명)에 비해 약 10만명 줄었다. 이는 1994년 6월(402만6000명) 이후 2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매출 악화 등으로 가게 문을 닫는 영세 자영업자가 올 들어 급증한 영향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자영업을 하는 사장을 알바생으로 고용하는 사장들의 마음도 편치만은 않다. 서울에서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운영하는 고모(30)씨는 최근 현직 '식당 사장'을 알바생으로 고용했다. 자기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 책임감이 강해 알바 일을 맡기기엔 제격이라고 만족하고 있다는 고씨. 하지만 그는 "절박할 정도로 알바 일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니 측은하면서 혹시 나의 미래가 아닐까 싶어 불안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영세 자영업자의 알바 노동자로의 전락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종업원 없이 홀로 가게를 운영하는 '나 홀로 점주'가 전체 자영업자의 70%를 넘을 정도로 자영업의 수익률이 악화된 데다 베이비붐 세대가 직장에서 은퇴하고 자영업에 뛰어들면서 수익이 계속 악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취업 기회의 단절로 자영업자가 양산될 수밖에 없는 사회 현실을 고려했을 때 정부가 영세 자영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우 기자 rainracer@chosun.com] [박상현 인턴기자(서강대 국어국문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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