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로펌 업계에선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로펌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상징적 사건”이라며 긴장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 한국 정부와 영·미·호주·유럽연합(EU) 등 4개국이 외국계 로펌과 한국 로펌 간 합작법인의 지분 비율 제한 등을 규정한 ‘외국법자문사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마찰을 빚고 있는 상황이라서 적잖은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19일 법무부와 로펌 업계 등에 따르면 클리퍼드 챈스는 지난해 말 인사혁신처가 발표한 ‘2016년 퇴직공직자 취업 제한 대상기관’으로 지정됐다.
공직자윤리법상 매출액 100억원이 넘는 로펌은 퇴직공직자의 취업 제한 대상기관이다. 올해 취업 제한 대상기관은 2015년 국세청에 신고된 매출액을 기준으로 정하기 때문에 클리퍼드 챈스의 2014년 매출이 100억원을 넘겼다는 의미다.
연 매출 100억원 돌파는 2011년 7월 법률시장 개방 1년 후(2012년 7월)부터 한국에 사무소를 내고 영업활동을 해 온 26개 외국계 로펌 중 처음이다. 정확한 매출액이 얼마냐는 질문에 클리퍼드 챈스 측은 “사내 규정상 밝힐 수 없다”고 했다.
클리퍼드 챈스는 지난해 글로벌 매출 22억2550만 달러를 달성해 세계 5위에 올랐다. 변호사 수가 2495명이고 전 세계 24개국에 30여 곳의 사무소를 운영한다. 한국에는 2012년 7월 진출했다.
한국사무소 개소 후 농협 등 금융기관의 대규모 해외 채권 발행 자문, 인수합병(M&A)과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금융 조달 자문 등의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2014년엔 19억3000만 달러(약 2조원)에 팔린 ADT 캡스 매각 당시 인수자인 칼라일그룹의 법률 자문을 맡았다.
클리퍼드 챈스의 1인당 수익성은 상당히 높다. 국내 로펌 중 변호사 1인당 수익성이 높은 편인 법무법인 율촌의 2014년 1인당 매출액은 5억2700여만원(2014년 매출액 1524억원을 변호사 수 289명으로 나눈 금액)이다.
반면 클리퍼드 챈스 한국사무소에서 일하는 변호사는 5명이다. 매출액을 최소인 100억원으로 추산해도 1인당 20억원씩을 번 셈이다.
국내의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비슷한 수준의 법률 자문이더라도 외국계 로펌들의 자문료가 3~4배 이상 비싸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사무소들의 활약으로 우리 대기업들이 해외에서 발생하는 법률사건들을 영·미계 로펌에 의존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 같은 상황이 고착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우리나라 법률 서비스 무역수지는 4억9000만 달러 적자다.
대형 로펌 측은 외국법자문사법 개정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 다른 대형 로펌의 대표변호사는 “국내 로펌들이 해외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국내 시장의 개방 속도를 정부가 조절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장혁 기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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