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정리노트

[해고의 민낯①]'엿장수 맘대로' 업무능력 부족 본문

네비게이션/SCRAP

[해고의 민낯①]'엿장수 맘대로' 업무능력 부족

★★★★☆★☆★☆★☆ 2016. 1. 25. 10:10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003&aid=0007003298&sid1=001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003&aid=0007003298&sid1=001


[해고의 민낯①]'엿장수 맘대로' 업무능력 부족

#1. 2015년 10월 A 협회는 수습직원을 해고했다. 해고 사유는 이사회 인원, 이사회 구성 이사의 이름을 외우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이 협회는 '이사님들의 이름을 외우지 않았다'는 이유로 업무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줬고, 결국 그 직원을 해고했다. 

#2. 지난해 12월 모 언론사에서도 비슷한 해고가 있었다. 수습직원을 해고했는데, 이 회사는 창립 이후 매번 수습직원을 정식 채용해왔다. 해고 사유는 다른 사례와 마찬가지로 저조한 업무 성과였다. 문제는 이 회사가 업무평가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해고된 직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회사는 업무평가 자료를 급조했다. 함께 일했던 직원들에게 "저 사람은 일을 못 한다"는 진술도 받아냈다. 해고된 직원은 업무평가가 진행되고, 그에 따라 정식채용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3. 서울의 한 어린이집에서도 '업무수행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직원을 해고했다. 문제는 '업무수행능력 부족'의 근거다. 원장은 동료가 부탁한 당직근무를 거절한 것을 업무수행 과정에서 동료와의 협력 부족으로 평가했다. 해고 이후 해당 직원이 반발하자 원장은 동료들에게 "이 사람과 일하는 것이 싫었다"는 진술을 받아 노동위에 제출했다. 

22일 정부가 저성과자 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를 담은 양대 지침을 최종 확정·발표했다. 

이 지침은 저성과자에게 일정한 재교육기회를 부여한 뒤, 이를 충족하지 않으면 해고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저성과자와 업무능력이 부족한 사람을 더욱 쉽게 해고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정부 지침이 나온 뒤 야당과 노동계는 '쉬운해고'가 강행됐다며, 강력하게 반발하는 중이다. 한동안 진통이 이어질 전망이다. 

그렇다면 현재 해고의 모습은 어떨까. 위 사례들은 2001년부터 2015년까지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으로 접수된 사례 중 '업무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일반해고된 경우를 모은 것이다. 

일반해고는 근로자의 일신상 사유 등에 따라 업무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거나, 더는 근로를 제공하는 것이 불가능할 때 해고하는 것을 말한다. 규정만 보면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을 때' 단행하는 정리해고와 잘못을 저지른 직원을 자르는 징계해고에 비해 자의적으로 판단할 만한 요소가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위 사례처럼 일선 회사에서는 직원을 해고하고 싶을 때 '업무능력 부족'과 '저성과'를 전가의 보도처럼 쓰고 있다. 업무능력 중 무엇이 어떻게 부족한 것인지 명확한 근거가 없고, 윗선이 마음대로 판단하다 보니 임원 이름을 외우지 못했다거나, 동료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다는 것 등이 '업무능력 부족'으로 포장되는 일이 벌어진다. 업무능력이 부족하거나 성과가 낮아 해고하는 것이 아니라 해고하기 위해 이를 끼워 맞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한 해고 과정에서 해당 직원에게 상당히 모멸감을 주는 일도 자주 벌어진다. 많이 사용하는 방법의 하나가 동료들의 진술을 동원하는 것이다. 해고를 위해 회사들은 함께 일했던 동료들의 명의로 '저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지 않다'는 내용의 의견을 노동위원회와 법원에 제출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위원회나 법원은 이런 회사의 주장을 거의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업무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지표가 제시되지 않으면 대부분 부당해고로 판정한다. "함께 일하기 싫어요"라는 동료들의 진술도 노동위원회나 법원에서 의미 있는 해고사유로 인정하지 않는다. 

실제로 노동위원회 판정결과를 보면 회사가 단행한 일반해고 대부분이 '부당해고'로 판정된다. 민주노총 정책국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5년까지 15년 동안 '업무능력 부족'을 이유로 정규직을 해고한 사례 중 '정당한 해고'로 판정된 일은 8건에 불과했다. 업무능력 부족을 이유로 한 정규직 해고는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문제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하는 직원의 대부분이 노동위나 법원에서 옳고 그름을 다투기보다 스스로 직장을 그만두고 있다는 점이다. 회사가 업무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당사자에게 상당히 모멸감을 주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노무사 C씨는 "업무능력이 부족하다고 찍히고, 동료들이 같이 일하기 싫어한다는 진술을 내기 시작하면 10명 중 8명은 스스로 직장을 그만둔다"며 "노동위원회에 가면 부당해고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알면서도 회사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스스로 나가라는 의미"라고 짚었다. C씨는 "동료의 시선이나 모멸감을 견디기 어려우므로 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판정이 나올 때까지 버티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고 덧붙였다. 

노무법인 동인 이훈 노무사는 "현재 해고가 벌어지는 양상을 보면 회사가 업무능력이 부족하다고 주장하면서 직원을 해고할 때는 정확한 근거를 제시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면서 "우리나라는 정규직을 해고하기 상당히 어렵다 보니 회사들이 이런 방법까지 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노무사는 "그러나 절차와 사회적 통념을 벗어난 해고는 대부분 부당해고가 된다"고 지적했다. 

Comments